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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화] 김주대 시인의 108 동자승 전시회

지지파 2022. 12. 1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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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대 시인, 그렇지만 우리는 주대형이라고 불렀다. 

대학교 문학 동아리 행소.

행소는 내 대학생활의 아주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한 공간이었다.  

행소에는 정말 문학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시인으로 등단한 사람은 별로 없는 거 같다.

그 중 주대형님은 대학생 때 등단한 시인으로 전설로 전해졌다. 

'도화동 사십계단'

 

학교 축제가 되면 행소는 시화전을 했는데, 시화전 홍보를 하기 위해 나는 광운대, 이대, 당시 국제대 이런 문학 동아리에 홍보를 하기 위해 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선배들에게도 연락을 했었는데 어느날 주대형님이 오셨다. 

당시 회장이 동학이형이었는데 동학이형은 '지옥철' 시리즈를 썼고, 그 중 몇 편을 시화로 만들었다. 

앞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ㅅㅂ 욕이 들어갔다.

주대형님은 그 시를 보고 낄낄거리며, 이렇게 저렇게 패러디를 했던 기억이 난다. 유쾌한 사람이었다. 

아마 형님은 나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주대형님 페이스북을 보면 자신의 과거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일찍 등단 했고, 학원 강사로 월 1억을 벌 만큼 잘 나갈 때도 있었다고 한다. 한 이십년을 그렇게 살았다 한다. 그리고 어떻게 그 돈을 다 날리고, 아내와 헤어지고, 그러다가 문인화를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사실 어떻게 그 돈을 날리게 되었는지, 아내분과는 어떻게 헤어지게 되었는지 등을 듣고 싶었지만, 자세히 말씀하지는 않으셨다. 

그렇지만, 그 굴곡을 이겨내고 지금 그린 그림들과 시들은 참 좋다. 

그럼에도 형님은 아쉬운 거 같았다. 이십년 동안 글을 쓰지 않았던 거에 대해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다시 시작하려니 잘 되지 않았다고, 또 당시 비슷한 사람들은 교수도 되어 있다는 말에서 뭔가 뒤처진 것에 대한 부러움과 아쉬움도 느껴졌다.  

형님 그림과 글을 보면 인생을 달관한 듯 보이고, 이제는 초연해져 술을 마시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자유인일 줄 알았는데 한 명의 인간이었다. 그것이 좋았다. 

사실, 나는 지금 아주 많이 힘들고,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고, 그래서 형님 책을 읽고 싶었고, 형님에게 묻고 싶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삶이라는 큰 산 앞에 우리는 꾸역꾸역 한걸음씩 올라가고 있는 그냥 배우는 사람일 뿐이다. 형님에게 어떤 큰 깨우침, 어쩌면 혼남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그냥 세상을 살아가는, 같이 늙어가는 선배의 모습을 보아 참 좋았다. 

형님의 문인화 중 <아버지 그 젊은 것이>라는 시가 있다. 

<아버지 그 젊은 것이>

미간에 굵은 주름이 있고

목이 벌건 아버지는

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이었다가 죽었다.

그 후로 나만 나이가 들어

아버지가 되었고

죽은 아버지 나이를 한참 지나 생각하니

아버지는 평생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사람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젊은 것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나이에 뭘 안다고 가정을 이루어

자식을 걱정하며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았을까

인생 더 선배로서 생각하니

죽은 아버지 그 어린 것이 짠하다.

 

나도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짠하다. 지금 나도 이렇게 힘든데 울 부모님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형님도 짠하다. 형님의 아들 '김구'도 어느 날 형님의 투쟁의 짠하게 생각할 거다. 사람들 모두 짠하다. 다들 살아보겠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 연민, 공감이 세상을 지탱해주는 힘이 아닐까. 

 

정치적으로 강경한 발언을 거침없이 페북에 올리고, 절대 주눅들거나 물러나지 않는 전투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왜소한, 그렇지만 한없이 따뜻하고, 친절한 그런 천상 시인이었다. 

형님은 학원을 그만 두고, 우연치 않게 아이패드를 선물 받아 끄적이다가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천재다. 그림도, 글도. 아직도 최신 가요 수십곡의 가사를 외워 부른다고 한다. 천재다. 

 

페북을 보니 형님은 그림을 이제 그리고 시를 쓰고 싶다고 한다. 나는 시도, 그림도 잼병이라 그 경지를 모르겠다. 

 

형님의 글과 그림은 저에게 평생 큰 위로가 될 겁니다.

 

형님.... 형님이 최고입니다.

 

건강하십시오. 

<슬픔의 범위>

눈에 고인 눈물 흘러내리기 직전까지가 슬픔이다. 흘러내릴 때부터는 이미 원망과 체념이어서 슬픔은 찰랑거리는 그 둑을 넘지 않는 힘 그렁그렁까지만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역시 시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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