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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와 중고등학교 교육

지지파 2022. 10. 2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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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오니 많은 것이 새로웠고, 쉽게 적응할 수 있었는데 가장 오래 있었던 교육 현장과 입시 제도에 적응을 하지 못하겠다. 

이건 어느 정도 인정을 해야 할 거 같은데, 지금까지 우선 입시를 위한 교육은 진정한 목적의 교육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대학을 들어갈 때가 되니까 어쩔 수 없이 대학 전형에 맞춰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고, 학교가 대학 입시를 준비해 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자연히 들기는 했다.

 

같이 근무했던 진학 부장님은 '그럼 진정한 교육이 뭐야? 아이가 원하는 학교에 진학해서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라는 말에 진학만 알고, 진학만 강조하여 학교 교육을 왜곡시킨다고 비판했지만, 막상 내 아이 때가 되니 진학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더라.

 

그렇다고, 교육 현장이 입시를 준비하는 곳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거나 어쩔 수 없으니까 인정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학생이 같은 대학, 같은 학과를 지원하기를 원한다고 할 때, 선발 과정은 필연적이고, 선발 기준은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 중 대학교의 선발 기준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면 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수학능력시험을 본다. 그리고 내신성적을 보고, 학교 활동을 본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교에서는 수학능력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좋은 내신성적과 보기 좋은 학교 활동이 생기부에 담기도록 만들어준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딱히 해결 방법이 보이지는 않는다. 

 

나는 중고등학교는 '보통 교양' 교육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대학교에 들어가기도 싫고, 특성화고에서 기술을 배우고 싶지도 않은 학생들도 그냥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을 배우고 예체능을 배워 자신이 생각하는대로 살아갈 수 있는 주체적인 인간을 키우는 것이 중고등학교 교육이라 생각한다. 대학에 가고 싶은 아이들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애를 쓰고, 대학에 갈 생각이 없는 학생들도 배우고 싶은, 배울 것이 있는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더 배우고 싶은 학생은 대학을 가던, 인터넷으로 배우던, 유학을 가던 그 잠재성을 극대화하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 잠재성을 피어나도록 하는 것은 사회 지위, 경제적 불평등의 완화일 것이다. 어떤 것을 하더라도 인간다운 대우를 받고, 소득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학생들이 '배움'에서 탈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린 너무 오랫동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살 학생들을 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살 아이들의 배움의 기회를 박탈해 왔다. 배움은 주체적 삶으로 이어지고, '상대적 박탈감'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에도 말이다. 

 

그렇다고 학교와 교사가 입시를 외면할 수도 없고, 외면해서도 안된다. 특히 믿을 곳이 학교와 교사 밖에 없는 학생의 경우, 그들의 공정한 더 큰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학교의 책무다. 그러나 갈수록 교사와 학교보다는 사교육을 믿고, 사교육에 의존하는 학생들이 더 좋은 결과를 얻는 듯하다. 학교가 입시 경쟁에서 사교육에 이길 필요야 없겠지만, 주도권을 잃은 것은 분명하다.

 

이겨야 할까? 경쟁해야 할까? 이길 능력은 될까? 교육은 무엇이어야 할까...

 

그 어디쯤 내가 서 있을텐데 어디에 서 있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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