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보물찾기/생활 중 보물찾기

엄마네 한정식

지지파 2022. 10. 2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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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아버지께서 심근경색으로 세번째 스탠스 시술을 받으셨다. 처음 진료를 보신 선생님께서는 아직 혈관조영술을 하지 않아 확실하지는 않지만, 스탠스 시술을 받을 수는 없고, 이래저래 어렵다는 식으로 말씀을 하셨던 거 같다. 가족들은 다들 이제 마지막인가보다 하고, 위험하지만 관상동맥우회술을 해야 하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나 의논을 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조영술 결과 스탠스 시술이 가능하다 하여 하루 수술, 하루 중환자실, 하루 병실 그리고 퇴원을 하셨다. 9일 아버지를 모시고 당진까지 가는데 4시간 30분이 걸렸다. 어렵게 어렵게 갔는데 어머니께서 점심을 준비해 놓으시고, 한참을 기다리셨다. 

어쩜 그렇게 맛있었는지. 어머니는 맨날 이런 맛있는 반찬을 드시고 사신다는 말이야? 아버님을 모셔드리고, 바로 올라오는데 뭔가 아쉬웠다. 마침 장모님과 큰애가 제주도에 가서 아무도 없는데 반찬을 얻어올걸 하는 후회도 들었다. 

 

지난 번에 어머니는 강화도에 작은 외삼춘과 가자는 말씀을 하셨는데 아버님 수술로 못갔다. 이제 아버님이 괜찮을 거 같아서 이번 주에 가시겠냐고 여쭈었더니 아버지 회복이 늦어 갈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제가 내려가겠다고 했다.

곧 어머니로부터 '별 거 차리는 건 없지만 아침은 집에서 먹게'라는 카톡이 와 있었다. 갑자기 너무 반가웠다. 내가 이번 주에 당진에 가고 싶었던 이유도 알게 되었다. 어머니 반찬이 먹고 싶었던 거다. 

 

집에 갔더니 어머니는 평소 드실 법한 반찬들, 토란대, 김치볶음, 고추멸치 볶음, 가지볶음, 황태조림, 호박나물, 그리고 호박전과 동그랑땡 등의 전을 준비하셨다. 그리고 자신만만하게 맛있는 토란국도 끓였다고 하셨다. 

 

배가 고팠는지, 밥이 되기 전에 반찬을 한참 먹고, 정작 밥은 반 밖에 먹지 못했지만, 소고기 토란국은 추석 때 먹던 토란국의 이데아였고, 각종 나물 반찬도 간이 세지도 않고, 조미료 맛도 강하지 않은 재료의 맛이 느껴지는 참 맛있는 반찬이었다. 

일흔 중반을 넘어가시는 어머니께서 입맛이 변하지 않고, 이렇게 반찬을 해내시는 게 참 대단하시단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많이 많이 생각이 날 거 같다. 더 늦기 전에 자주 찾아 뵙고 많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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