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할로윈데이의 추억

지지파 2022. 10. 3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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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사카에서 할로윈데이

2012년 10월말 오사카에서 유니버셜스튜디오를 가기 위해 전용 전철을 탔는데 일본 여성들이 할로윈 복장을 하고 있었다. 일본 사람들은 정말 미국처럼 되고 싶어 하는구나 하면서 비판적으로 봤었다.

 

2. 아이들 유치원 할로윈 파티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 할로윈 파티를 크게 했다. 아마 영어를 많이 가르쳐서 그랬던 거 같다. 원어민 선생님을 비롯해 선생님들도 분장을 리얼하게 하고. 아무튼 할로윈을 기해 재롱잔치를 했는데 부모를 닮아 춤에 잼병인 아들은 어떻게 어떻게 따라 하느라 고생을 했다. 

 

"후야~ 오늘 재미있는 공연도 하고, 선물도 받고. 참 행복한 날이다. 그치?"

"아이들은 고생만 하고, 어른들은 구경해서 좋은게 무슨 축제야."

 

둘째의 시크한 반응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부모들 보여주겠다고, 부모들 즐겁게 해주겠다고, 아이들은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군무를 연습하는 거다. 옛날 초등학교 때 마스게임처럼. 생각해 보면 그 많은 아이들을 음악에 맞춰 연습시킨 것도 놀랍고, 그걸 따라한 아이들도 놀랍다. 지금이라면 어름도 없다.

아무튼 어른들이 보기 좋은 것과 그걸 위해 아이들이 연습하는 것에 우리나라 교육이 압축되어 있는 거 같다. 

 

3. 호치민에서 할로윈

미국을 따라하고자 하는 건 베트남도 만만치 않다. 베트남도 왜 인지 모르겠으나(왜이긴, 상업적이기겠지) 할로윈을 크게 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가 미국 문화를 받아들이는 건 자연스러운데 미국에 패망한 일본이나, 미국과 전쟁을 치른 베트남이 미국 문화를 따라하는 건 우리 정서? 내 정서? 로 이해하기 쉽진 않았다. 

아무튼 아파트에 알고 지낸 캐나다 부부에게 아파트 차원에서 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마당발인 그 부부는 참여 가족을 모집해서 행사를 했다. 우리는 정성껏 좋은 한국 과자를 준비해서 아이들이 오면 주었는데....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이 중요했던 베트남집 등등은 아이들과 다니느라 아무도 없어서 울 아들을 받아온 것이 없었다는 슬픈 할로윈의 추억이었다. 

 

4. 할로윈 가정통신문

호치민에서 근무할 때 할로윈 파티를 한다고 간단하게 준비하라는 가정통신문이 왔다.

한국학교에서 할로운 파티를 공식적으로 한다고 가정통신문을?

담임 선생님이니나 원어민 선생님들이 부분 부분으로 간단히 이벤트를 할 수 있지만, 미국 문화 이해라는 이름으로 공식 행사를 한다? 이건 이래 저래 문제가 있어 보였다. 

융통성 없는 개신교 신자 학부모들이 반발할 거 같기도 했고, 족보도 없는 미국 명절이 학교로 버젓이 들어오는 것도 그렇고... 상업주의에 놀아나는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투덜투덜 되었던 기억이 난다. 

 

5. 2022년 할로윈

새벽 4시 화장실을 가려고 폰을 켰다가 몇번이고 다시 봤다. 이태원에서 사람이 120명이 압사 당했다는 뉴스였다. 그리고 오늘까지 154명이 죽었다고 한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다 큰 아이들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 느껴져 일요일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세월호 이후 안전 교육도 열심히 하는데, 안전 연수도 열심히 듣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질까. 

우선, 원인을 찾고, 규명하고, 탓하기 보다 충분히 추모하고, 아픔을 나눠야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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