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엘리어트] 백조가 진짜 인간이 되기 위해

 

사실 빌리엘리어트는 예전에도 몇 번 본 거 같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에도 출연했던 제이미 벨의 연기는 아역 배우의 연기로 영화 역사상 최고의 연기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던 걸로만 기억했다. 물론, 꿈을 위한 아이의 노력, 선생님의 사랑, 아버지의 갈등 등도 잘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사회문화] 교과서에 지위와 역할, 역할갈등과 관련하여 영화가 소개되었고, 작년 3개 학급에 이어 올해도 3개 학급에서 영화를 보고 있다. 작년에는 1학기에 보았는데 한국으로 가서 입시를 치뤄야 하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빌리의 오디션과 가족을 떠나는 것이 더 와닿을 거 같고, 지금은 학교에 남아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금은 여유있게 보고 있다. 어느 영화는 보면 볼수록 감독이 숨겨놓은 장치들과 메시지를 볼 수 있어 지루하지 않고 재미가 있는데 이 영화가 그러하다. 그리고 사회 문화에서 나오는 여러 개념을 설명하는데 아주 좋다.

 

첫째, 역할갈등

우선 이 영화는 역할 갈등을 설명하는데 매우 좋다. 빌리는 아버지 몰래 발레를 배우다가 재능을 발견한 선생님에게 오디션 참가 제안을 받는다. 그러나 큰 아들의 노조 활동에 따른 체포, 파업으로 일을 하지 못해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며, 빌리가 남자다운 권투를 하기를 바라는 아버지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울하기가 말할 수도 없는 크리스마스날 빌리의 춤을 본 아버지는 빌리의 꿈을 이뤄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노조 파업에서 빠져 자신이 그토록 비난했던 배신자가 되기로 한다. 큰 아들은 아버지가 출근하는 모습을 보고 그러면 안된다고 하고, 아버지와 아들을 껴안고 운다. 아버지는 노조원의 지위와 아버지의 지위에서 역할 갈등을 겪는다. 파업을 계속하자 빌리의 오디션 비용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결국 사별한 부인의 엑세사리를 팔기로 한다. 여기서 부인의 유품을 지켜야 하는 남편의 지위에서 나오는 역할과 아들의 꿈을 이뤄져야 하는 아버지의 지위에서의 역할에서 나오는 갈등으로 볼 수 있을 거 같다. 

 

둘째, 영화 속 상징들1 - 백조의 호수

사회문화 시간에 상징적 상호작용론, 질적 연구에서의 직관적 통찰 등은 참 설명하기 어렵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는 군데 군데 상징들이 잘 나타나 있고, 음악과 춤 등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들을 잘 볼 수 있어 훌륭한 텍스트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선생님과 차를 타고 가면서 나눈 백조의 호수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나누기 전 빌리는 선생님께 열심히 연습하지 않는다고 혼을 나게 된다. 빌리는 선생님이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왜 자신에게 강요하냐며 대들게 되고 선생님은 빌리에게 손찌검을 하고 화해하게 된다. 그리고 선생님은 빌리를 집으로 데려다 준다. 빌리는 음악을 틀어도 되냐고 묻고 그 때 나온 음악이 백조의 호수이다. 빌리는 음음악에 담긴 이야기가 있냐고 묻자 선생님은 이야기를 해준다. 

아름다운 공주가 마법사의 저주에 걸려 백조가 되었다. 공주는 하루 중 몇 시간만 사람이 될 수 있는데 왕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진정한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게 된다. 그런데 왕자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자 공주는 죽게 된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왜 백조의 호수 이야기를 해 주었을까? 왜 영화의 피날레는 백조의 호수로 끝났을까?

 

공주는 빌리를 상징한다. 저주받은 상황은 가족이 처한 어려움이다. 빌리는 하루 중 발레를 하는 몇 시간 동안은 행복할 수 있다. 그리고 저주를 풀고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진정한 사랑이 필요하다. 선생님은 진정한 사랑을 주려고 하는데 너는 받지 않으려 한다. 그러면 너는 인간이 될 수 없다.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런 메시지가 아닐까?

특히, 선생님과 함께 강을 건너는 모습, 다리가 이어지는 모습, 빌리에게 엄마의 환영이 나타나는 것은 선생님의 빌리의 양육자로서의 사랑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 빌리는 백조의 호수 음악과 함께 날아 오른다. 진짜 사람이 된 것이다. 

www.youtube.com/watch?v=989pUycUqAg

영화속 상징2-공룡이 석탄이 되기 위해서

빌리는 오디션을 본 후 합격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린다. 여러 장면이 스쳐지나는데 빌리의 수업 시간이 나온다. 지구과학 시간인듯한데 지역 특성에 맞게 석탄 생성 과정을 설명하며 force, press 등 오랜 시간의 압력과 힘에 의해 석탄이 만들어지는 것이 나온다. 시험이 끝난 후 결과를 기다릴 때의 초조함, 합격에 대한 부담감이 얼마나 큰 것인가. 그 힘든 시간을 이겨야 가치가 있는 석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마 감독은 빌리의 심정을 표현하기 위해 수업 내용을 집어 넣을 것이다. 입시가 끝나고 결과를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위로가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