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보물찾기/영화에서 보물찾기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

지지파 2022. 11. 30.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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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 여행을 가기 전 여행지와 관련된 영화를 본다. 호치민에 갈 때는 '연인', '인도차이나', '씨클로', '그린 파파야의 향기' 등을 보았고, 홍콩 여행 갈 때는 '중경삼림', '화양연화' 등을 보았다. 대만 여행 갔을 때는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 '나의 소녀 시대', '말할 수 없는 비밀', '청설', '타이페이 카페이야기' 등을 보았다. 

이제 중국 북경을 갈 차례. 도대체 왜 가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니 지금의 고통을 끝낼 수 있는 피난처이자, 여러 가지 가정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기회의 땅. 그럼에도 꼭 가야 하나? 특히 늙으신 부모를 두고. 

아마 젠칭과 샤오샤오도 그러했으리라. 

젠칭과 샤오샤오는 춘절, 우리나라로 따지면 설날 때 고향에 돌아가는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다. 젠칭은 베이징에서 대학을 다니고, 졸업하고, 취업을 하여 성공하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고, 샤오샤오는 닥치는대로 일을 하면서 잘 나가는 남자를 잡아 멋지게 살아갈 꿈을 꾼다. 그리고 만나고 헤어지고 뭐 그런 일들이 있었겠지. 그리고 '먼 훗날' 비행기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둘은 과거를 회상하며 시간을 거슬러 온다. 

 

대도시는 철저히 계급 사회인지라, 가진 것 없는 젊은 청춘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고, 컴퓨터 수리, 텔레마케터, 잡상인 등 꿈은 멀게만 느껴진다. 샤오샤오는 늘 잘 나가는 남자를 잡아보지만 잘 되지 않고,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젠칭이라는 것을 깨닫고 둘은 행복한 사랑, 연애를 한다. 그러나 대도시의 삶은 만만치 않고, 경제적 어려움은 서로를 지치게 한다. 그렇게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영화는 흑백과 컬러가 교차해서 나온다. 회상이 흑백이기도 하고, 현재가 흑백이기도 하다. 젠칭은 게임을 기획하는데 주인공인 이언이 켈리를 찾지 못하면 게임은 흑백으로 끝나고 미안해라는 문구가 나온다. 영화는 이언이 켈리를 찾아가는 게임 속 이야기다. 영화의 결말은 흑백일까 컬러일까.....

나는 지난 금요일 제주를 가는 비행기에서 영화를 보았다. 다 끝났음에도 결정을 못하고, 물릴 수 있으면 물리고 싶은 상황. 베이징은 정말 우리 가족에게 탈출구이고, 기회의 땅이 될까? 젠칭과 샤오샤오처럼 불안하기만 하다. 그 불안감으로 잠을 못 자고, 가슴이 뛰고, 아주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니 영화에 몰입하게 되고, 공감하게 되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위로를 받게 되었다. 먼 훗날 나에게 베이징은 흑백으로 기억될까? 컬러로 기억될까?

 

* 넷플릭스에서 자동 추천으로 '안녕 나의 소울 메이트'가 올라왔다. 영화를 한참 보니 주인공이 '먼 훗날 우리'의 주인공 같았다. 아 난 정말 사람 못 알아본다. 주동우(저우동위)라고 한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연기. 웃음으로 슬픔을 표현하는, 거침으로 섬세함을 표현하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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