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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자문 요청 자료] - 교육헌법이 담아야 할 가치

지지파 2023. 7. 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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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관하여 헌법이 담아야 할 기본적인 내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1의 질문의 연장으로 ‘교육의 목표와 가치’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헌법에서 교육과 관련되어 찾을 수 있는 조항은 전문의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와 31조의 1~6항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교육의 방향은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모든 교육 활동의 기본이 되는 법률인 교육기본법 2조에서 교육이념을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홍익인간’ 삭제 논란도 있었고 장황하기도 하지만 ‘민주시민’양성을 통한 개인적 차원의 ‘인간다운 삶의 영위’, 국가적 차원의 ‘민주국가의 발전’, 세계적 차원의 ‘인류공영의 이상’의 실현은 국민이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만약 교육의 목적을 ‘민주시민 양성’이라고 헌법에 명시되면 한국 교육의 모든 활동이 ‘민주시민 양성’에 맞는가에 따라 판단될 것입니다. 당연히 수능 및 현행 입시 제도가 민주시민 양성에 도움이 되는지, 민주시민 양성을 저해하는지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 많아질 것입니다. 또한 ‘민주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보건권을 위해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헌법 자체에 우리 사회가 합의할 수 있는 교육목표와 지향에 담아야 할 것입니다. 

 

 

3. 현행 헌법 제3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능력에 따라’는 오로지 능력(경제적 능력 등을 제외한 정신적·육체적 능력)에 따라서만 교육 기회의 차별을 정당화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1)한정된 교육 기회를 개인의 능력에 맞게 가장 효율적인 상태로 배분하는 원리라고 보고 그대로 유지해 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과 2)교육 기회의 배분 기준으로서 능력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보거나 이를 기준으로 배분한 결과 현실에 파생되는 부작용이 매우 커서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존재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삭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능력’에 따라는 과거 신분사회 때 능력이 있어서도 성별, 신분 등에 의해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단서로 삽입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질문에서도 밝히다시피 교육 기회의 차별과 이에 따른 사회 경제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단서조항이 되었습니다. 헌법 기본권 중 어느 하나도 기본권 획득의 ‘조건’이 들어간 것은 없습니다. 기본권은 모든 국민이 차별없이 갖고 있는 권리이지요.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만 해도 충분할 것입니다. 한정된 상급학교 정원에 들어가기 위해 평가가 실시되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또한 어느 학생을 선발할 것인가에 대한 평가기준은 시대와 학교의 지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일정 수준의 학력과 함께 건전한 가치관과 인성도 매우 중요한 평가 항목입니다’라고 하면 현행 헌법에서는 ‘가치관’과 ‘인성’을 평가항목에 포함하는 것은 위헌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헌법에서는 ‘능력’이라 표현했고, 한국 사회는 이를 ‘지적 능력’, ‘시험 잘 보는 능력’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능력에 따라’라는 단서조항은 교육의 기능이 ‘선발’에만 있는 것이 아님에도 지나치게 ‘선발’로 오인할 수 있는 뉘앙스와 여지를 두어 국가가 추구하는 보편 교육으로써의‘교육적 본질’을 간과하도록 하였을 뿐 아니라 다양한 입시 제도, 입시와 관련된 다양한 상상(대학 평준화, 추첨제)을 가능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삭제해야 합니다. 

 

 

3-1. 아울러 ‘능력에 따라’ 외에 ‘적성’ 기준을 추가하여 보완하자는 일부 제안(‘능력과 적성에 따라’ 또는 ‘적성과 능력에 따라’)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도 부탁드립니다.

당연히 반대합니다. ‘적성’에 대한 법적 의미를 도출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라 앞서 주장했듯 기본권은 어떤 조건과 자격을 갖춘 자가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아닌 국민의 보편적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적성에 관계없이 흥미를 가지고 배울 수도 있는 것이고, 적성과 흥미와 관계없이 취업을 생각해서 배울 수도 있습니다. 그냥 ‘국민은 배울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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