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보물찾기/나는 사회 교사다.

[전문가 자문 요청 자료] 능력주의와 분배 문제

지지파 2023. 7. 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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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방식은 크게 경쟁(능력주의 포함), 추첨, 관례 등이 있다고 합니다. 만약 능력에 따라 교육기회를 배분하는 것이 부정된다면 추첨의 방식이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교육 분야에서는 헌법상 의무교육기는 아닌 유치원 입학 기회에 대하여 추첨이 이용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밖에 사회정치적 갈등을 조정하기 위하여 신고리 원전 문제에 대하여 선거를 통한(경쟁) 대의제 대신 추첨을 통한 숙의형 대의제를 운영한 사례도 있습니다. 고교입시(자율고, 특목고 등) 또는 대학입시에서 추첨제 운영을 하는 방안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또한 추첨제 운영을 위해서 필요한 전제조건이 있다면 함께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현재 한국 의료 시스템에서 의대를 추첨으로 들어간다? 받아들이기 힘들 겁니다. 의사는 다른 직업 종사자들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소득을 보장받기 때문입니다. 높은 소득을 전제로 한 추첨은 행운에 따른 불평등(예; 부모의 사회적 지위)을 정당화하게 됩니다. 추첨이 의의가 있기 위해서는 당첨을 통해 얻게 되는 이익과 떨어졌을 때의 손실의 차이가 크지 않아야 합니다. 결국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고 사회적 희소가치를 운에 의해 분배한다는 것은 교육을 위해 경제적 뒷받침을 해줄 수 있는 부모를 만난 운이나, 좋은 재능을 타고난 운에 따라 희소가치를 나누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차피 사회 경제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능력주의를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한 ‘그깟 추첨’ 말고도 부와 계층을 세습할 수 있는 방법은 더 크고 넓습니다. 

힘들겠지만, 소득 불평등의 해소, 사회 복지의 확대를 통해 사회적 안전망이 갖추어졌을 때, 추첨 결과에 인정할 수도 있고, 노력과 능력, 연대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5-1. 교육 기회(대학 입학 정원 등)를 사회적·경제적 여건이 창출하는 만큼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창출하는 형태(개방적 허가제도*)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개방적 허가제도(Offenes Zulassungssystem): 고등교육 진학 방식의 하나로 일정 중등교육 이수자에 대해 선발 절차 없이 입학 허가를 부여. OECD 가입국 절반 이상이 채택하고 있음.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벨기에 등)

 

개방적 허가제도가 필요한 사례로 대표적인 것이 ‘공공의대’였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필요에 의해 국민의 법조 서비스와 의료 서비스를 위해 ‘로스쿨’, 의대 설립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에 막혀 국가의 정책이 흔들리고, 국민의 복지와 귄리가 사익에 의해 침해받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학 교육 역시 국가 차원에서 교육 대상자를 결정할 수 있어야하나 시장에 맡겨놓은 꼴입니다. 예를 들어, 4차 산업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을 위해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수학을 못하더라도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성적이 안 되어 배울 수 없거나, 더 좋은 학벌을 위해 선택하지 않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분명 국가적 차원에서 큰 손실이 될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수능을 자격고사화 하고, 초중고의 교육 수준을 상향 평준화 하며, 자신이 사는 거주지 인근 대학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6. 위 자문 조회 내용에 포함하지 않은 사항 중에서 말씀 주시고 싶은 사항을 자유롭게 의견 주시기 바랍니다.

 

첫째는 수능 실시 시기 문제입니다. 수능이 고3 2학기에 있어 고3 수업은 파행이 되고, 학생들의 학습권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습니다. 고3 1학기까지 진도를 마치고 2학기 자습 시간으로 보내거나, 과목의 목적과 맞지 않는 수업을 실시하는 등 학습권침해가 심각합니다. 차라리 5학기제로 하고, 고3 2학기를 자유학기제로 운영하던, 고3 졸업후 입시를 실시하던 변화가 요구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기존에 국회의원에게 보낸 정책제안서를 참조 부탁드립니다. 

 

두 번째로 수능 시험 문제의 문제입니다. 문제가 지나치게 어렵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맞출 수 있는 기술 습득 외 아무런 교육적 가치가 없는 것을 위해 너무나도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합니다. 특히, 이 부분에서 나타나게 되는 사교육비 지출 차이로 인한 결과의 차이가 심각하다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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