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보물찾기/책에서 보물찾기

[엄마 소리가 말했어] 출간과 작가 인터뷰

지지파 2020. 8. 3.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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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내가 쓴 책은 사실 조금은 있다. 

그렇지만 문학 작품이 책으로 나올지는 몰랐다. 사실 고등학교 때 꿈 중의 하나가 소설가였고, 대학 입시도 국어교육과를 지원하기도 했다. 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문법, 특히 띄어쓰기와 맞춤법, 그리고 발음에 컴플렉스가 있어서 대학교 때 포기하고 사회교사가 되었다. 그래도 대학교 때 문학 동아리 활동을 했고, 이제 책이 나온 것이다. 

사실 책이 나온 것은 한달 반 정도가 되었다. 출판진흥회 우수출판 도서로 추천을 했다고 해서 은근 기대를 하기도 했다. 상금을 받으면 어떻게 한 권씩 책을 돌리고, 밥을 살 계획을 혼자 세우기도 했다. 결론은 떨어졌고, 나름 시장 반응은 있었는데 조금씩 조금씩 잊혀지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 출판 이후 몇 가지 변화가 있었는데 자다말고, 온라인 서점 판매지수 확인하기, 각종 카테고리에서 몇 등하고 있나 찾아 보기 등의 습관이 생겼고, 1권만 출판하고 사라지는 작가는 아닌가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생각해 보니 살면서 대박이란 정말 잘 오기 힘든 것이고, 글을 쓰고, 출판을 타진하고, 나오면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또 글을 쓰고 하는 것의 반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직장에서 대박을 노릴 수 없듯, 주식에서 대박을 기대할 수 없듯, 조금씩 그렇게 해 나가는 거다. 

출판 후 많이 기대했고, 많이 즐거웠던 시기가 지나가고 조금 시들해질 무렵 바람의 아이들에게서 작가 교차 인터뷰 제안이 들어왔다. 인형을 만들어 주신 이은이 선생님과 교차로 인터뷰를 하는 거였다. 이은이 선생님은 내가 하고픈 말을 잘 질문해 주었고 나는 충분히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기회를 주신 바람의 아이들과 이은이 선생님께 감사~

 

인터뷰어 : 이은이 (『엄마소리가 말했어』의 인형 작가)

Q1. 오승한 작가님, 안녕하세요. 첫 동화책을 내신 것, 축하드립니다. 작가 소개 부분에 처음 책을 내신 걸 첫째를 만날 때처럼 설레셨다고 표현하셨는데, 저 역시 제가 만든 인형이 책으로 나오게 된 건 처음이라 설레고 기대도 컸습니다. 바람의 아이들로부터 외국에 거주하고 계시다는 말씀만 들어서 작가님에 대해서는 어떤 분인지 전혀 몰랐어요. 원고를 받아 보고 엄마와 아이에 대한 내용이라 당연히 ‘엄마’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아빠라는 사실을 알고는 사뭇 놀랐습니다. <엄마소리가 말했어>에 들어간 인형들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인형들과 책을 전시하게 됐는데 전시장에서도 작가님에 대해 ‘얼굴 없는 작가’라며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았답니다.

그래서 먼저 작가님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제가 처음에는 엄마인 줄 아셨다고요? 감사합니다. 저는 두 아이의 아빠이고요, 중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는 사회 교사입니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발간한 ‘더불어 사는 시민’(해냄) 중학교 시민 교과서 ‘생각vs생각’(개마고원)을 선생님들과 같이 쓰기도 했습니다. 사회 교사로 살아 왔고, 사회 교과 관련한 글을 쓴 경험은 있는데 동화를 쓴 것이 진짜 출판이 되다니 좀 어리둥절하기도 합니다. 처음 발령받은 학교 학생들 중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가톨릭대학교에서 상담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지요. 사실, 지금은 상담보다는 수업을 통해 학교 안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을 더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상담과 심리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배운 언어들이 글을 쓰는 동안 자연스럽게 나온 거 같아요. 그리고, 책이 출판된 2020년 6월에는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호치민한국국제학교에서 4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해외 생활 경험이네요.

Q2. 자음과 모음을 불평하는 아이와 달래주는 엄마로, 즉 언어의 구성요소 자체를 의인화한 점이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점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A. 사실 책을 구상하게 된 것은 2019년 7월 10일 동안 참여한 위빠사나 명상 때였어요. 들어간 날, 나오는 날 빼고 온전히 10일 동안 말 한 마디 할 수 없고, 책 한 줄 읽을 수 없고, 쓸 수도 없고, 새벽 4시부터 밤 9시까지 주어진 프로그램에 따라 그저 앉아서 호흡에 집중하고 몸을 관찰하는 명상 방법이에요. 혼자서 베트남에서 버스를 타고 캄보디아로 넘어가서 명상에 참여했죠. 사실 명상 경험이 없는 건 아닌데 정말 지루하고 힘이 들었어요. 어느 순간에는 이 숨이 죽기 전 마지막이라면 이 숨이 나오면서 죽겠네. 죽기 전에 뭐라고 할까? 정말 사랑했다고 더 사랑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러지 않을까? 이런 주책 같은 생각을 하다가 혼자 눈물을 주르르 흘리기도 했어요. 사실 그러면 안 되거든요. 지도하는 대로 호흡에 집중해야 하는데 지겨우니까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는 거죠. 하려고 할 때도 하고 싶지 않아도 막 튀어나오기도 했고요. 혼자 ‘아이 지겨워’라고 생각하면서 시작했던 거 같아요. 지겨워, 지루해, 지쳤어 이러다 보니 ‘지’는 왜 이런 말밖에 없지? 두 아이들 가운데 이름이 ‘지’에요. 그래서 더 생각이 났던 거 같아요. 딸아이가 놀이터에서 ‘오징어’라고 놀림을 받은 적이 있어요. 저도 오징어였거든요. 잘생긴 사람 옆에 있으면 오징어가 된다는 글들도 자꾸 걸리더라고요. ‘지’는 왜 그런 말 밖에 없지 했는데 지식, 지혜, 진리, 진실 이런 것들도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ㄱ역부터 만들어 보기 시작했죠. 한 명상 3~4일째 정도 되었던 거 같아요. 시간이 잘 가더라고요. 계속 기억하고 있다가 끝나고 집에 오는 차에서 아내에게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줄게 하나씩 보내주기 시작했어요. 아내가 책으로 내보지 그러더라고요. 다행히 바람의 아이들에서 원고를 받아져서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어요.

 

Q3. 처음 원고를 읽었을 때 단순히 유아만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불만을 달고 사는 청소년과 어른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요즘 자존감을 높이는 법에 대한 심리 치유책들이 많이 나오는데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봅니다. 집필하실 때 특정 대상을 염두 하셨는지 궁금해요.

A. 우선, 대상은 초등학교 2학년을 생각했어요. 어느 정도 글밥이 있게 쓰려고 했고, 일부러 지식, 지혜, 진리, 진실과 같은 추상적인 단어를 넣었어요. 특히, 진리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부모가 설명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공부하는 것이 성공이 아니라 지식을 통해 지혜롭고, 진리 안에서 사는 참된 삶의 가치를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초등 2학년 이상이 되어야 할 거 같았지요. 제가 책을 교실에서 고등학교 2,3학년에게 읽어주기도 했는데 아이들이 좋아해요. ㅁ음이 이렇게 불평을 해. 엄마소리는 뭐라고 할까? 그러면 ‘그렇지 않아.’ 이렇게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책을 설명할 때 ‘공감’을 한다고 하면서 ‘부인’을 하네 이렇게 받아들일까 걱정이 되었어요. 그런데 공감은 겉으로 드러난 것 뿐 아니라 그 이면의 감정과 생각, 행동에 대해 같은 경험을 해 주는 것이거든요. 아이가 ‘난 못난이인가 봐’에 대한 공감은 ‘그래 맞아 너는 못난이야’가 아니죠. 이건 동의이고요, 또 ‘아 너는 못난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이것도 공감이 아니죠. 아이는 ‘난 못난이가 되고 싶지 않은데 엄마는 내가 못난이 같아?’하고 묻는 것이 ‘난 못난이인가 봐’라는 투정이겠죠. 그래서 ‘그렇지 않아. 너는 못난이가 아니란다. 너가 얼마나 훌륭한데’ 이렇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공감이죠. 그런 면에서 아이들에게 심리적 치유효과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책을 읽어 주시는 부모님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어요. 아이들에게 말하는 방법을 배우던, 히읗을 읽고 아이에게 대한 사랑스럽기도 했다가, 양육이 힘들기도 했다가 미워지기도 했던 흔들리는 마음에 대해 공감을 받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Q4. 한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할 때 옆에서 따뜻한 말로 다독여주기가 어려울 때가 있어요. 그런 아이를 보면서 답답해하거나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요. 작가님을 엄마로 착각하게 할 만큼 아이를 달래주는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을 표현하신 게 놀랍습니다. 학교에서는 교육자로, 그리고 가정에서는 자상한 남편이자 아빠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계실 것 같아요. 엄마의 마음을 그릴 수 있었던 특별한 비결이 있으셨는지요?

A. 가장 큰 건 아무래도 상담 공부였죠. 공부도 하고 상담을 받기도 하고, 상담을 열심히 하기도 했었죠. 그리고 아이들의 육아 경험이었던 거 같아요. 아내가 마흔이 넘어 대학원에 갔고, 재미로 다닐 거 같던 대학원을 마치고 교생 실습을 나가더니 임용고시를 보겠다는 거예요. 무슨 그 나이에 하냐고 편히 살라고 했는데 공부를 시작하더라고요. 1년만에 합격하겠다 다짐하고 시작했는데 무려 7년 만에 합격을 했어요. 그렇게 저의 40대는 아이들 육아로 보내야 했죠. 저만 고생한 게 아니라 직장 다녀오고 나서 12시가 넘어 들어오는 아내는 얼마나 힘들었겠으며, 그런 딸을 보며 아이들을 보고 저녁을 챙겨 주시던 장모님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좀 화가 나기도 했어요. 40대 얼마나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나이에요. 직장에서나 사회에서 그런데 꼼짝없이 아이들에게 잡혀 살아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무엇이던 노력했던 경험 중 버릴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이 맞는 거 같아요. 물론,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서 힘든 부분이 없진 않지만 그 시간동안 만들어진 사랑과 신뢰가 있어 가족이 단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갈등이 있어도 좀 쉽게 풀리는 부분도 있고요. 그리고 그러한 경험에서 엄마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Q5. ‘엄마가 말했어’가 아니라 ‘엄마소리가 말했어’라는 표현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소리에는 실체가 없잖아요. 엄마소리라는 표현이 다소 추상적이지만 이 때문에 더욱 울림이 있는 것 같아요. 마치 태고부터 전해오는 지혜의 소리나 태아였을 때 뱃속에서 들렸을 법한 엄마의 목소리처럼 말이지요. 이것이 엄마의 힘이 아닐까 해요. 엄마소리에 대한 작가님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A. 엄마소리는 모음(母音)의 우리말 표기죠. 모음을 엄마소리 자음을 아이소리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정말 세종대왕을 만나 물어 보고 싶더라고요. 왜 모음이라고 이름을 붙였는지요. ‘지읒아 그렇지 않아 네가 있어야 지식도 있고 지혜도 있어’ 이렇게 이야기를 써 보았는데 누가 이야기 해주어야 할까? 엄마가 해주는 것이 좋겠지? 그런데 마침 모음이 있고, 말하는 아이는 자음이니까 모음을 ‘엄마 소리’라고 붙이게 되었죠. 그런데 엄마들이 좋아 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사회의 ‘엄마’에 대한 지나친 의미부여, 그것에 대한 책임이 엄마를 힘들게 하는 거 같아요. 엄마는 따뜻해야 할 거 같고, 화를 내면 안 되고, 혼내서도 안 되고 이렇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을 거 같아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엄마도 인간인데. 엄마도 화나면 화를 내고, 짜증도 부리고, 미안함을 느끼고, 사과를 하기도 하고, 그렇게 아이와 같이 인생을 배워가지요. 모성이라 하면 ‘엄마’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아니고 ‘양육자’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어야 할 거에요.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친모가 되었던 할머니가 되었던 아빠가 되었던 선생님이 되었던 아이들의 감정을 살피고 돌봐주어야겠죠. 그래서 엄마소리를 진짜 나를 낳아준 엄마보다는 아이들을 키우는 양육자, 더 크게는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품을 수 있는 ‘존재자’, ‘신’으로 보아도 될 거 같아요.

 

 

Q6. <엄마소리가 말했어>는 14개 자음을 소재로 한 단순한 동화 같지만 다층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는 어린이들은 부정적이고 긍정적인 다양한 어휘를 배울 수 있고, 부모들은 감정코칭법을, 일반인들은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다고 할까요? 작가님의 오랜 연륜과 경험이 응축된 글 같아요. 삶을 부정하고 또 긍정한 자신과의 꾸준한 싸움에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긍정의 에너지는 어디서 얻고 계신지요?

A. 책이 나오고 자랑스럽게 대학교 문학동아리 페이스북에 올렸어요. 대학 문학 동아리에 있었지만 글을 못 쓴다고 선배들에게 엄청 구박을 받았거든요. 상담을 정말 미친듯이 공부 했지요. 그런데 결국 박사 학위는 못 땄어요. 사회과 관련 책도 조금씩 곁다리로 쓰기도 했지만 제가 크게 주도를 하거나 사회 교사 중 뛰어난 편도 아니거든요. 그냥 조금 발을 담그기는 했지만 제대로 한 것은 없다는 생각에 인생이 허무하다란 생각을 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아이들과 지내는 것이 편해지고, 선생님들 하고 고민을 함께 나눌 기회가 많아지더라고요. 문득 ‘혹시 내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무슨 말이냐면 호손의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 어니스트가 ‘내’가 아닐까 생각이 든 거죠. 제가 훌륭한 인물이라는 뜻이 아니라 부분적으로는 크게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뭐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인생을 살았거나 업적이 있는 건 아니지만 교사로서, 한 명의 시민으로, 가정의 남편이자 아빠로 살다 보니 어느 순간 닮아 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생각해보면 큰 인물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거 같지만,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처한 위치와 조건에 자신의 몫을 다해서 우리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되는 거죠. 정말 도처에 어니스트들이 있어요. 그 중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훌륭한 일을 하는 거죠.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이 어니스트들이세요. 그렇게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 하면 안 되는 것을 구분하고 하나 하나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자 합니다.

Q7. 그간 구상하신 글 소재가 많으실 것 같아요. 앞으로 쓰시고 싶은 책이 있다면요?

A. 막상 책이 발간되니 책 욕심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거 저런 거 생각을 해서 가족들에게 이야기하면 에이 이건 안 되겠다고 해서 의기소침해지기도 하고 그랬어요. 아무래도 제가 해왔던 것이 사회 교사니까 아이들이 어려서 배우고 생각해 볼 수는 ‘공정’과 같은 주요 주제를 동화로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생각만 해도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고민이에요. 사실 아이들 동화를 안 읽어주진 수년이 지났거든요. 이번 방학에는 동화를 많이 읽어 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더 아이디어가 생각나겠지요. 대화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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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소리가 말했어』 오승한 작가 인터뷰 - 작가, 작가를 만나다4(2)

​​인터뷰어 : 이은이 (『엄마소리가 말했어』의 인형 작가)​Q1. 오승한 작가님, 안녕하세요. 첫 동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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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소리가 말했어』 이은이 작가 인터뷰 - 작가, 작가를 만나다4(1)

​​인터뷰어 : 오승한 (『엄마소리가 말했어』의 글 작가)​안녕하세요? 『엄마소리가 말했어』를 쓴 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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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 오승한 (『엄마소리가 말했어』의 글 작가)

안녕하세요?

『엄마소리가 말했어』를 쓴 오승한입니다. 처음 글을 쓰고 아내에게 보여주니 어떻게 글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하더라고요. 다행히 ‘바람의아이들’이 선생님과 연결해주었고 선생님께서 글에 생명을 불어 넣어 좋은 책으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깊이 감사를 드려요.

저 역시 감사 드립니다. 인형작가로서 멋진 글에 어울리는 인형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근사한 경험이었어요. 덕분에 색다른 세계로 한 발 내딛은 느낌입니다.

Q1. 제 아들은 이제 사춘기가 시작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인형을 좋아해요. 집에 인형이 아주 많고 오래되어 낡은 인형도 버리지를 못해요. 그래서인지 동화책 그림이 인형으로 제작이 되어 더욱 좋았습니다. 서평을 보면 한글 인형이 좋았다는 평들이 많더라고요. 선생님께서는 디자이너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인형을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은 왜 인형을 좋아하는 걸까요?

A. 2018년에 7년간 만든 인형을 전시할 기회가 생겼는데, 놀랐던 건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이들이 인형을 좋아한다는 거였어요. 과장을 좀 보태자면, 지나가는 분들이 마치 홀린 것처럼 전시장에 들어오더라고요. 아이들은 예쁘고 귀엽다고, 아주머니 아저씨는 옛날 생각난다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주들을 떠올리면서, 모두가 아이처럼 좋아했어요. 그래서 ‘인형은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마음이구나!’ 생각했지요. 대학생, 고등학생 아이가 좋아한다며 선물로 사 가시는 분들, 집에 걸어둔다며 사 가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면 인형이 아이들만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예전의 저라면 저 역시 아드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형 하나 산 적 없을 만큼 인형에 관심 없던 제가 마흔 중반의 나이에 인형을 만들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처음엔 태교로 인형을 만들었어요. 아이의 배냇저고리를 만들고 남은 천으로 제 마음대로 그림을 그려 인형을 몇 개 만들었는데 주변에서 예쁘다고 하더라고요. 헌 옷가지와 자투리 천으로 몇 개 더 만들면서 창작에 재미를 느낀 것 같아요. 인형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인형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존재니까 누구나 좋아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Q2. 처음 가족들에게 글을 보여주었더니 대체로 이거 말장난이잖아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처음 섭외를 받으시고 글을 읽으셨을 때 어떤 느낌이셨나요?

A. 말장난 치고는 상당히 심오한데요?! 제가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인데 작가님이 쓰신 원고를 읽으면서 딱 저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ㄱ부터 ㅎ까지 모두 제 안에 있는 아이들이고 엄마가 다독여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한때 심리치유에 관심이 많아서 정신분석학과 심리학 서적들을 접하긴 했지만 이론으로만 받아들이거나 읽을 때뿐 삶에 적용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엄마소리가 말했어』는 아주 쉬운 말로 긍정의 힘을 주고 있어요. ‘우리 모두는 가치 있고 괜찮은 존재’라는 추상적이고 두루뭉술한 진리를 엄마소리가 어떻게 얼마나 괜찮은 존재인지 일일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잖아요. 엄마소리가 말해주는 게 제겐 핵심이에요. ‘엄마소리’는 모음을 풀이한 단어일 텐데 제게는 바람 소리나 대지의 소리, 원형의 소리에 가깝게 느껴져서 울림이 더욱 컸어요.

Q3. ㄱ부터 ㅎ까지 글을 쓰다 보니 ㄱ처럼 길, 가다, 걷다 가 술술 나오는 것도 있는 반면 ㅋ과 ㅎ처럼 잘 써지지 않아 한참을 찾아보고 다시 고쳐야 했던 아이들(자음)도 있었어요. 선생님께서는 어떤 아이가 좀 힘들었나요? 인형 구상, 제작과정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만들고 싶은 인형을 자유롭게 만들다가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이미지로 풀어내 보여주는 일은 긴장되고 떨리는 일이었어요. 처음엔 어떤 스타일로 만들까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기역이를 만들고 보니 제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작업하는 게 수월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묘사들이 구체적이라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적확한 이미지를 찾는 게 큰 과제였어요. 스케치를 많이 했고 마음에 들면 인형으로 만든 후 아홉 살 딸 아이에게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어요. 아이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줘서 큰 힘이 됐지요. 작가님이 말씀했듯이 ㄱ처럼 길, 가다, 걷다, 강아지, 혹은 ㅅ처럼 사람, 사랑의 이미지가 쉽게 떠오르는 것도 있었는데, ㄹ이나 ㅌ처럼 추상적인 이미지는 다소 표현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Q4. 베트남어를 가르쳐주는 선생님께 선물을 했더니 한국말을 잘 하시는 베트남어 선생님께서는 모두 첫 번째가 되기 위해 경쟁하는데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의 중요함을 이야기한 ㄹ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ㄱ부터 ㅎ의 이야기가 각자 자기에게 다르게 느껴졌을 거 같아요. 혹시 선생님께서도 더 와 닿았던 아이 이야기가 있으셨나요?

A. 자음의 이야기 모두가 좋았지만 특히 ㄴ의 이야기가 좋았어요. 가족이란 틀 안에서 우리가 서로 얼마나 닮은 존재인지, 결국 하나라는 사실을 잊곤 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에 대한 사랑 없이는 ‘누구보다 날 닮은 널 사랑해’라고 말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글을 읽으면서 이런 말을 아이나 남편에게 제대로 못 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 없이 나도 없다’라는 상대방에 대한 절실함도 없었던 것 같고요. 많이 반성하게 했던 부분이에요. 아이나 배우자, 친구에게 엄마소리를 빌어 종종 읊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나를 사랑하는 마음도 생기고 타인에 대한 애정도 깊어지지 않을까요?

 

Q5.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보면 바람 부는 대로, 구름 흘러가는 대로 자유롭게 사신 거 같아 너무 멋지고, 부러웠어요. 사실 직장을 그만 두고 해외에 나가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시게 되었는지,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듣고 싶네요.

A. 학창시절을 답답하게 살아서인지 자유에 대한 욕망이 컸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졸업 후 자유를 갈구하며 살았지만 요즘 생각해 보면 그것이 진정한 자유였을까 하는 회의도 들곤 한답니다. 진정 자유로운 사람에게는 시간과 장소는 중요한 게 아닐 거예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때는 무조건 벗어나야 한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런 마음이 있으니 직장이나 학업에서 안정을 찾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결혼하고 남편과 뉴질랜드 전역을 여행하고, 영국에서 하고 싶었던 공부도 했어요. 생각만 하는 건 시간 낭비라는 나름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계획하면 행동으로 바로 옮기려고 노력해요. 행동으로 옮기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진심으로 원한다면 삶이 그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언제나 자신의 진심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후회 없는 삶, 이것이 제 삶의 중심 과제입니다.

 

Q6. 지금까지 공동 저자로 사회 과목 관련 책 제작에 몇 번 참여한 적인 있지만 이렇게 혼자 책을 써서 출판된 것은 처음이에요. 사실 무척 기뻤습니다. 그런데 곧 어떤 서평이 올라오는지, 도서 판매 순위는 어떻게 되는지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또 책을 내고 싶은 욕심이 막 생기는 거예요. 그런데 아이디어도 안 떠오르고 마음만 조급해지더라고요. 선생님께서는 끊임없이 창작을 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물론, 글을 쓰는 것과는 다를 수 있겠지만 어떻게 창작의 아이디어를 얻으시는지, 작업이 잘 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A. 생업으로 창작하시는 분들의 마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취미 활동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창작에 대한 부담이 크게 없어요. 마음 가는 대로 만들면 그뿐이에요. 남이 해 놓은 것을 모방하거나 기존에 있는 이미지를 반복하기보다는 제 마음에서 우러나온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스케치해요. 일상생활에서 얻어지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주부이고 엄마이다 보니 결혼생활과 육아가 주요 테마가 되죠. 마음에 드는 스케치는 인형으로 꼭 만들어 보고, 만들다 보면 아이디어들이 파생되는 경우가 많아요. 작업이 안 될 때는 운동이나 등산을 하고 특히 주부와 엄마의 본업에 충실해요. 그러다 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요. 무엇보다 작업을 하게 만드는 동기들이 생기니까 주어진 것들에 충실하려고 노력해요.

 

Q7. 사실, 『엄마소리가 말했어』 같은 글을 쓰면 독자는 진짜 가족에서도 그렇게 말을 하는 것으로 알 거 같아요. 사실 책처럼 말하려 노력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들에게 상처주는 말도 하게 되지요. 인형의 느낌이 따뜻하고 유머와 재치가 느껴져서 아이들도 그렇게 키우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녀에게는 어떻게 대하시는지, 관계는 어떤지 궁금해요.

A.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동심리상담가한테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저 역시 작가님은 가족들에게 엄마소리처럼 말씀하시는 줄 알았는데 아닐 때도 있으시다니 한 아이의 엄마로서 위로가 됩니다. 고백하자면 유머와 재치는 남들을 위한 것이고, 가족들에게는 한없이 진지하고 심각한 사람입니다. 인형을 보시는 분마다 따뜻하고 재밌다고 말씀해 주시는데요, 실상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아요. 슬픔과 고뇌를 품고 있지만 웃어야 하는 피에로 같은 인형이라고 해야 할까요. 인형에 담긴 사연을 들려드리면 반전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육아는 제 삶에서 가장 부담되고 어려운 일이에요. 아이 하나에만 집중하다 보니 은연중에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모범생처럼 자라서인지 규율과 통제가 심한 편이에요. 아이가 부처님처럼 마음이 넓어서 그나마 관계가 좋게 유지되고 있어요. 창작도 관계에 큰 몫을 하는데, 같이 바느질하고 재밌는 걸 만들면서 서로 격려하고 응원해줘요. 아이가 꿈을 실현하는 삶, 꿈을 실현하는 데 돌아가지 않고 직진할 수 있도록 옆에서 힘이 되고 싶습니다.

 

Q8. 책의 모티브는 초등학교 때 오징어라는 별명, 그리고 첫째가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았던 거부터 시작을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이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거 같습니다. 선생님 성함을 처음 들었을 때 ‘이은희’라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은이 선생님이시더라고요. 혹시 이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작가님의 이름에 대한 에피소드를 읽고 저희 가족과도 이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남편의 경우는 어렸을 때 새우라고 놀림 받아서 이름을 바꿨다고 했고요, 둘째 아이의 이름을 지을 때 놀림 받지 않는 이름을 찾으려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오씨가 아니라서 일단 오징어는 면했네요. 제 이름은 앞뒤 글자가 같기 때문에 토마토, 기러기, 기차 등의 별명이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던 것 같아요. 고릴라, 킹콩 같은 별명이 더 치명적이었죠. 단, 이름에 거창한 뜻이 없어서 불만인 적은 있어요. 대학 시절에 교수님 한 분이 지나가는 말로 ‘이은이? 뭘 이어?’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요. 이름 때문에 천을 잇고 있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Q9. 마지막으로 디자이너로서도 좋고, 동화 삽화 작가로도 좋고, 한 명의 인간으로도 좋고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A. 계획이라면 소소한 것들입니다. 개인적으로 구상한 장기 프로젝트가 있는데, 언젠가는 완성하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호칭이나 타이틀을 떠나서 하고 싶은 일, 주어진 일 들을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중단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엄마소리가 말했어> 같은 근사한 책 작업을 또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출처] 『엄마소리가 말했어』 이은이 작가 인터뷰 - 작가, 작가를 만나다4(1)|작성자 바람의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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